안녕히 주무셨어요?
여러분은 몇 시에 자서 몇 시에 일어나시나요? 자고 일어나면 피로가 풀리나요, 아니면 더 피곤하신가요? 우리는 매일 잠을 자도록 설계되어 있지만 그 퀄리티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1~2시간만 자도 전혀 피곤하지 않은 사람도 있고, 10시간 이상 잤는데도 피곤한 사람이 있죠.
수면이 일상에 활력을 주지 않고, 잠에 잘 들지 못하는 것은 '적신호'입니다. 정신적으로 불안하고 우울할 때, 스트레스 요인이 있을 때 수면에 가장 먼저 영향을 미치거든요. 정신과에서 환자의 정신건강 상태를 파악할 때 물어보는 것이 '수면'과 '식사'이듯, 잘 먹고 잘 자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에요. 일상적으로 물어보는 인사말인 '안녕히 주무셨어요?'는 우리가 사회적으로 평화롭게 잘 자지 못했던 결핍이 있었기 때문에 잘 잤냐고 물어보는 것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불면에 익숙한 사람은 '나는 원래 이래 왔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니까, 수면의 질이 낮은 것을 본인의 정체성이라 여겨 문제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오늘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장애라고 단번에 생각하기에는 어려운 <수면-각성 장애>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수면-각성 장애는 수면의 양과 질에 이상이 있는 경우를 말하며 다음 6가지 하위유형이 있어요. (출처: DSM-5 진단기준)
수면-각성 장애(Sleep-Wake Disorder)의 하위유형
- 불면장애 - 1주일에 3일 이상 밤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수면시작 불면증, 수면유지 불면증, 수면종료 불면증의 3가지 유형이 있음. 뚜렷한 원인이 없이 잠을 자지 못하거나 중간에 자주 깨는 것이 특징임. 모든 수면장애 중 가장 흔하며, 인구의 3분의 1이 불면증상을 가지고 있음. 불면증은 정신증 환자의 80% 이상이 경험하는 수면장애 유형이기도 함.
- 과다수면장애 - 하루에 7시간 이상 잠을 잤음에도 불구하고 졸린 상태가 지속되거나 지나치게 잠을 많이 자는 상태가 1주일에 3일 이상 나타나고,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 기면증(수면발작증) - 낮에 갑자기 저항할 수 없는 졸음이 엄습하여 잠에 빠지게 되는 상태가 1주일에 3번 이상 나타나고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 호흡관련수면장애
(1) 폐색성 수면 무호흡증 및 호흡저하증 - 수면 중 기도가 막혀서 10초 이상 숨을 쉬지 못하는 호흡곤란이 1시간에 5번 이상 나타나는 경우
(2) 중추성 수면 무호흡증 - 기도의 막힘은 없으나, 호흡조절에 영향을 주는 신체적 질환으로 인해 수면 중 10초 이상 숨을 쉬지 못하는 호흡곤란이 1시간에 5번 이상 나타나는 경우
(3) 수면-관련 환기저하증 - 수면 중 호흡기능이 저하되면서 동맥의 이산화탄소 수준이 증가하여 환기조절에 장애를 받는 경우
5. 일주기 리듬 수면-각성 장애 - 평소 수면-각성 주기와 맞지 않은 상황이 초래되어 수면에 방해를 받는 경우
6. 수면이상증
(1) 비REM수면 각성 장애 - 수면 중 불완전하게 깨어나서 수면 중 보행 또는 경악 중 어느 1가지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2) 악몽장애 - 수면 중 끔찍하고 무서운 악몽을 꾸게 되어 잠에서 깨어나는 경우
(3) REM수면 행동장애 - 꿈속의 내용을 행동으로 옮기려는 꿈 실현 행동 때문에 수면 중 어떤 소리를 내거나 동작을 나타내며 잠에서 깨어나는 경우
(4) 초조성 다리 증후군 - 수면 중 다리에 불쾌한 감각이 느껴져서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1주일에 3번 이상 나타나고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잠이 적은 사람(short sleeper) VS 잠이 많은 사람(long sleeper)
잠이 적은 사람은 6시간 이하을 자도 낮에 활동을 잘 하는 사람이고, 잠이 많은 사람은 하루에 9시간 이상 자야만 낮에 적절하게 활동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잠이 많은 사람은 렘 수면이 많고, 렘 기간 동안 안구운동의 빈도도 커서 꿈을 많이, 그리고 생생하게 꿔요. 잠이 많은 사람이 적은 사람보다는 더 우울, 불안, 위축이 있는 편이에요. 신체/정신적 질병, 과로, 임신, 스트레스, 정신기능 과다 등이 있을 때 수면 욕구가 더 커져요.
우울감과 수면의 관계
건강한 사람은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나면 우울한 감정이 감소되는 반면, 어떤 사람들에게는 과도한 수면이 우울감을 악화시켜요. 그런 환자들은 수면박탈을 통해 우울을 치료하기도 해요.
수면장애의 원인
다음 4가지 범주로 원인을 나누어볼 수 있어요.
(1) 정신장애 및 신체장애가 동반되어서
(2) 스트레스 또는 일상생활의 중대한 환경 변화가 일어나서
(3) 정신적/신체적 상태와 무관한 일차적 불면증을 경험해서
(4) 못 잘까봐 두려워해서
이 중 네 번째인 '못 잘까봐 두려워해서'는 잠에 들고 싶은 나머지 스스로를 긴장시키는 양상이에요. '생각하지 말자'라고 암시하면 오히려 더 잘 생각나듯, '잠들자'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더 잠에 들기 어려워져요.
어떻게 해야할까?
(1) 긴장 풀기
👉 흘러가는 생각을 내버려두는 거예요. '못 일어나면 어떡하지?' '잠이 안 와서 큰일났다!' 유난스럽게 생각하기 보다는 '그냥'의 상태로 둬 보는 거예요. 잠에 자자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억지로 마음을 비우려고 하거나,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되돌아보는 것은 오히려 긴장을 악화시켜요.
(2) 같은 시간에 일어나기
👉 흔히 '제때 자고 제때 일어나라'는 말을 하는데요. 제때 잠들지 못했더라도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아무리 적게 잤더라도, 심지어는 밤에 한 숨도 못 잤다 하더라도 자기가 정해놓은 시간에 하루를 시작해야 수면 패턴이 일정해져요. 그래서 밤낮을 바꾸어보고 싶은 분들께 <같은 시간에 기상하기>를 시도해보기를 권해요.
👉 TV와 같은 영상물을 틀어놓거나 자기 전 술을 마셨을 때 더 잠에 잘 든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요. 이는 여러 자극물이 자동적으로 각성상태를 유발하여 학습화된 불면증으로 만성화된 거예요. 즉, 잘못된 수면위생이 불면증을 더 악화시키는 것이죠. 👉 잠자기 전 운동, 음주, 흡연, 불규칙한 낮잠, 밤늦게까지 일하거나 파티하기 등은 불면증을 초래해요. 잠들기 최소 1시간 전부터는 영상물을 보지 않고 간접조명을 켜 뇌에게 '잘 때가 되었다'는 신호를 보내보세요. 그리고 잘 때는 빛과 소리를 가급적 차단하는 것을 권해요. 구체적인 수면위생 리스트는 아래에 따로 적어둘게요.
(3) 수면다원검사(polysomnography)
👉 수면의 여러 단계를 연구하기 위해 뇌파, 안구운동, 턱근육, 심전도, 호흡, 흉곽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검사인데요. 정확한 문진을 위해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원인을 밝혀 그것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 잠을 잘 못 잤다고 호소하는 환자가 실제로 수면검사를 해보았을 때 잘 자는 것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요. 이를 '수면상태 착각'이라고 부릅니다. 스트레스, 불안, 우울, 망상, 건강염려증 등이 있는 경우에 나타날 수 있어요. 따라서 잠을 잘 못잤다고 느끼는 분들께 수면센터에서의 검사를 권장해요. 이 외에도, '수면상태 착각' 양상을 보이는 환자에게는 인지치료와 항불안제가 도움이 될 수 있어요.
👉 불면증이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에게는 행동 및 인지 요법, 이완요법, 바이오피드백, 수면제한, 자극조절법 등을 치료법으로 사용해요.
(4) 수면제
👉 비약물적인 방법을 모두 시도해본 다음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해요. 수면제는 불면증의 원인과 약물의 특성을 우선 고려한 다음 환자의 상태에 맞는 수면제를 선택하는 것이 아주 중요해요. 그렇기 때문에 앞서 설명한 비약물적인 방법 3가지를 시도해본 다음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해 약물치료를 받는 것을 권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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